[스크랩] 맏딸
84년 8월 4일 맏딸이 태어난 날이다.
그해 여름도 지금처럼 무더웠고 길었다.
직장 생활에 실증이 나던차...
부모님의 성화에 덜렁 맞선을 보았고 양가 상견례 약혼, 그리고 결혼 ...복잡한 례는 다 갖추고 초 스피드로 결혼식까지 해치워 (?)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일생의 그 큰일을 어찌 그렇게 순순히 그리고 쉽게도 나의 일생을 알지도 못하는 한 남자에게 올인해 버렸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한체...
살면서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겠지만 하여튼 용감하게도 결혼하였고 그리고 이듬해 또 용감하게도 엄마가 되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뭘 몰랐기에 ....
남편이 종손이란것도....
30여명의 종반들이 계시는 큰집이라는것도 ....
시어른 분들이 너그럽고 푸근하시기만한 성품이 아니라는 것도....
무지한 나에겐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맏딸이 살림 밑천이라는 옛말이 맞는지 맏딸을 얻기까지는 순탄한 생활이었다. 무지막지한 진통끝에 얻은 첫딸과의 첫 대면..
초롤초롱,까아만 그눈동자 빼끔히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어찌 잊을수 있겠는가?
고슴도치 제새끼 예쁘다는 말이 아마 이때일 게다.
이렇게 모녀의 인연으로 만난 우리 큰딸..
무모하게도 용감했던 엄마 탓에 푸근한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항상 허둥대며 바쁜 엄마 뒤에서.그렇게 자랐다.
당장 처한 내앞의 오지랖 챙기기에 급급해서 저희 3남매는 저희끼리 놀며 자랐다는 말이 맞을 게다.
애교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뚝뚝함...
말수는 꿀먹은 벙어리요...
할줄 아는 것은 "예"라는 말밖에 할줄 몰랐으니...
어찌 귀여움을 받았겠는가?
그래서 난 애교 많은 사람이 좋다. (어머님의심정 백번 천번 이해함)
그러니 무섭고 쌀쌀하기만 한 시어머님...
엄하고 대쪽같은 시아버님.... 지난 내 새색시 시절은 간이 콩알만한 시절이었다.
지금은 간이 배밖에 나왔지만...
그 딸이 벌써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다.
시집갈때가 된 나이....
시대가 바뀌어 그때처럼 시집가는 시절은 아니지만
어찌하든 두사람이 만나 같이 살아갈려면 서로 부대끼고 배우며 서로 닮아가면서 ...
그리고 참고 견뎌내며 이겨냈기에 훗날 지나간 추억으로 남으리라.
착하고 예쁘게 자라준 맏딸...
어떨땐 생각하는것이 깊어 대견하기만 한 딸....
지난 나랑은 다른면을 보면서 ,저의 삶을 잘 이끌어 나가리라 믿는다.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새 생명을 낳아 기르고 또, 새 생명을 잉태하고....
물흐르듯 세월은 흘러간다.
욕심만 없다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을 것이고,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련만...
더더구나 자식에 대한 바램을 그 도가 넘쳐 욕심으로 치닫는다.
무심코 한말이 그 전에 우리 엄마가 내게 한말이요,
거울이 비친 내 모습이 친정 엄마를 닮고 있음을 보고...
아! 정말 세월은 흘러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