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5일 금요일
새벽 5시 성당 집결
각자 만반의 준비 태세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모두들 잠든 이때, 어쩌면 이역 만리 비행기를 타고 가니 비장한 마음까지도 가졌으리라.
어느글엔가 오늘 하루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장롱 정리를 끝내고 외출한다는 소심한 주부 이야기도 있었지만,보름 동안을 비우니 아닌게 아니라 유서라도 써 놔야 하는건 아닌지...
성당의 회합에서의 공금의 행방,친구들의 연락처,미처 갖다 주지 못한 빈 그릇들,
그리고 꼬불쳐 놓은 비자금의 숨은 자리까지 기타 등등...
그리고 잠못 이룬밤의 애틋한 사연의 주인공이 되어 써내린 갈곳 없는 편지나부랭이들... 모두 태우고 가야할까?...를 고민하며 여행길에 올랐다.
잠을 설친듯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두런 두런 한 옥타브 높은 소리들이 들린다. 이민 가방이냐며 놀려 대는 소리에 올때, 멋진 코쟁이 가방안에 챙겨 올때니 걱정 말라며 좌중을 웃게 만든다.
21명에서 한명이 사정이 생겨 못가고 20명이 출발하였다.
여행사의 배려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오라잇...
그런데 운전수 양반이 충청도 사람이라 늦게 도착하여, 물찬 제비처럼 예쁜 우리 가이드를 애닳게 하더니만 하여튼 사뿐이 우리를 싣고 비행기가 이륙 하였다.
자리에 앉자 말자 예쁜 언니들이 음료수에다 간식에다 식사까지 줄줄이 들이 댄다.
가만 앉아 얻어 먹으니 "왠 공짜?" 주는대로 받아 먹는다.
싫컨 먹이더니만 창을 닫아 밤무드로 조성하고 조용한 명화 한편을 보란다. 벼개에다 담요까지 친절하게 웃음까지 보태어 갖다 준다.
재울려고 노력해도 말뚱거리는 아기처럼, 낮잠 늘어지게 자는 형이 아니라 눈이 감겨져야지 원....
헤드폰에 들려 오는 가곡에 심취한척 눈을 지긋이 감고 시간을 보냈다.
12시간을 꼬박 날랐는데도 로마에 도착하니 한국에서 본 그해가 아직도 서산에 걸려 있었다.
현지가이드가 우리를 몰고 저녁을 먹으로 식당에 또 몰아 넣는다.
덩치 큰 사람답게 음식양도 많다,
반도 못먹고 남기니, 갸웃갸웃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하다.
미안하고 죄송하나 표현할길 없다.
짖궂은 이가 배를 두드리며" 배 불룩, 배 불룩!" 를 외쳤다.서로 마주 보며 또 웃음보...
우리의 생각이 전해 졌기를....
내일은 일찍 이집트 카이로로 국경을 넘는다. 국립 박물관을 견학하고 첫 미사를 드린단다.
미지의 나라에서 설레임을 감추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