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신부님의 축일이 한참 지난 오늘 드디어 알현의 시간을 약속받다.
고색 창연한 한옥집에 , 색감이 뛰어난 그리고 주인장의 맘맛이라 일컫는 한정식집으로 초대하기로 한 우린,
어쩌다 보니 신부님이 운전하시는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신부님께선 우리의 수다를 참아 듣고 계셨다.
우아한 한정식 집은 더도 덜도 없이 자기 몫이 정해져 있었고
우린 신부님께 더 권해 보지도 못한 인색한 접대(?)에 만족할수밖에 없었다.
후훗 더구나 백수들의 오랫만의 나들이에 취한 우린
바다가 보고 싶다는 세실리아의 황망한 애교에 맞장구치며 한대뿐인 차 핑게로 몽땅 타고 감포로 떠났다.
잔잔한 파도에 한가로이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망망한 대해보다도 난 차라리 산이 좋다. 바다만큼 맘보가 넓지 않아서...
오르고 또 오르면... 잔잔히 느켜지는 성취감... 할수 있다는 자신감... 야금야금 맛보며 정상에 오를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
오늘 벗이 이렇게 물었다. 어느때 " 아! 행복해" 란 소리가 나오느냐고...
무지 많다. 감미로운 음악소리를 들을때, 산속에서 맑은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때, 조용한 절에서 풍경 소리들을때,
정상의 산 꼭대기에서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한줄기 바람을 만날때, 맘통하는 친구와 나누는 커피한잔에,
그리고 그리고 주님의 따뜻한 눈빛, 다정한 미소, 부드러운 말씀......
헤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오늘 황송하옵게도 대접이 아닌 우리가 대접받고온 기분이라 쫌 뻔뻔하기도 하다.
허지만 오늘 모두 행복하였다는 사실은 사진에서 나타나지 않는가? (신부님은 아닌감?)
죄송허구만유 신부님 !!!
먼훗날 오늘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신부님을 떠올리면서 기도하겠사옵니다. 신부님도 행복하셔요...